Health Column

손발 저림, '나이 탓'이 아닙니다

미주조선일보 · 2026년 8월 11일 · 글 김민희 원장

미주조선일보 2026년 8월 11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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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저려 밤에 잠을 깹니다.”, “발바닥이 남의 살처럼 둔합니다.”

진료실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다. 많은 분들이 손발 저림을 혈액순환 문제나 단순한 노화로 생각해 마사지를 받거나 파스를 붙이거나 혈액순환제를 먹으며 오래 견딘다. 하지만 몇 주 이상 계속되는 손발 저림은 혈관보다 신경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말초신경병증이다. 당뇨병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대개 양쪽 발끝에서 증상이 시작돼 서서히 위로 올라온다. 발바닥이 두꺼운 양말을 신은 듯하거나 남의 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당뇨 외에도 비타민 부족, 갑상선·신장 질환, 음주, 일부 약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손목터널증후군과 같은 압박성 신경병증이다. 신경이 좁은 통로에서 눌리면서 생기며, 엄지부터 가운데 손가락이 저리고 밤에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진행하면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거나 엄지 근육이 약해질 수 있다. 셋째는 목이나 허리에서 나오는 신경뿌리가 눌리는 신경뿌리병증이다. 목에서 어깨와 팔로, 허리에서 엉덩이와 다리로 통증과 저림이 뻗치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증상만으로 이들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같은 손 저림도 손목이 원인일 수 있고 목 디스크가 원인일 수도 있다. 두 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도 있다. 원인이 다른데 같은 치료를 계속하면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 이유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검사가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다.

신경전도검사는 신경 신호가 전달되는 속도와 크기를 측정하고, 근전도검사는 근육의 전기 활동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신경 손상이 어디에 있는지,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MRI가 디스크나 척추관의 모양을 보여주는 구조 검사라면, 근전도검사는 신경이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는 기능 검사다.

MRI에서 디스크가 보여도 그것이 반드시 저림의 원인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도 디스크 변화가 흔히 보이기 때문이다. 두 검사는 서로를 대신하기보다 보완하여 진단을 더욱 정확하게 만든다. 특히 발 감각이 둔해지면 바닥을 느끼는 능력과 균형 감각이 떨어져 발이 걸리거나 넘어지는 낙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당뇨환자는 발의 상처나 화상을 알아차리지 못해 작은 상처가 궤양이나 감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저림과 함께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발이 끌리는 증상이 있다면 더욱 서둘러 확인해야 한다. 저림이 한쪽에 갑자기 나타나거나 얼굴 마비, 말이 어눌해짐, 심한 어지럼이 함께 생기면 뇌졸중과 같은 응급질환 가능성도 있어 즉시 평가가 필요하다.

반대로 서서히 진행하더라도 감각 저하가 넓어지거나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기 어렵다면 검사를 미루지 않는 편이 좋다. 또한 증상의 위치와 분포, 시작 시점, 악화되는 자세를 자세히 살피는 것만으로도 원인을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신경 손상이 오래돼 근력 저하와 근육 위축까지 진행하면 회복이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원인을 일찍 찾으면 혈당 조절, 약물치료, 보조기, 물리치료나 필요한 시술 등 환자에게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손발 저림을 단순히 참고 지내기보다 빠르게 진료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낙상을 예방하고 건강한 일상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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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경과 전문의 김민희 (Minhee Kim, MD,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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