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이 저리고 화끈거려서 밤에 잠을 못 자요.” 당뇨병을 오래 앓은 환자들에게서 흔히 듣는 호소다. 이런 증상은 대부분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에서 비롯된다.
가장 흔한 형태는 양쪽 발끝과 발바닥에서 시작해 서서히 위로 올라오는 저림과 감각 저하다. 마치 양말과 장갑을 신은 듯한 부위에 감각 이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스타킹-글러브 양상이라 부른다.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길고 그동안 혈당 조절이 잘 안 된 경우, 이런 신경병증이 잘 생기는데, 낮보다 밤에 증상이 심해져 수면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신경병증이 심해지면 앞서 말한 통증이나 저림 외에도 발의 감각이 떨어져서 걸음이 불안정해지면서 낙상 위험이 함께 커진다.
감각이 감소한 발은 상처를 잘 느끼지 못해 이차성 감염, 염증이 생길 수 있어 청결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한편, 신경병증은 감각신경뿐 아니라 운동신경도 침범할 수 있다. 운동신경이 손상되면 다리 근력이 떨어져 걸음이 불안정해지고, 발이 걸려 넘어지는 일이 늘어난다.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이 둘 다 손상되면 더욱 보행장애를 일으켜 잘 못 걷고 잘 넘어지게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허리디스크 등 척추 질환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리가 저리고 화끈거리는 증상만으로는 원인이 말초신경 자체에 있는지, 척추에서 협착증 또는 디스크로 눌린 신경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두 질환 모두 당뇨병 환자에서 흔하고 증상이 겹치기 때문에, 척추치료만 반복하다 정작 신경병증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눈에 잘 안보이는 신경만 선택적으로 손상되는 소섬유신경병증은 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이 잡히지 않으면서도, 콕콕 쑤시거나 타는 듯한 애매한 통증과 불편감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율신경까지 침범하면 일어설 때 어지러운 기립성 저혈압, 소화불량과 위장운동 장애, 성기능 장애 등 전신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소섬유신경병증은 당뇨병 유병기간이나 혈당 조절 여부와 크게 상관 없이, 당뇨병 전단계에서도 개인에 따라 나타날 수 있어 “아직 당뇨병까지는 아니니 상관없다” 라고 넘기면 안된다.
신경과 진료에서는 이런 증상들을 종합해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를 통해 신경 손상이 어느 정도인지, 어느 신경까지 침범됐는지를 파악한 뒤 치료 방향을 정한다. 손상 정도에 따라 통증을 줄이는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혈당을 철저히 조절하는 것도 이후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신경병증에 특화된 물리치료 프로그램을 병행하면 근력과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당뇨가 있어서 이렇겠지” 하고 넘기지 말고, 신경과에서 정확히 원인과 손상 정도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와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